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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일곱, 한 사람의 삶과 기록

by 교보문고 2018.09.05

  

 

30 넘게 따박따박 공책에 일기를 쓰고 있는 사람이 있다.
강원도 양양 사는 아흔일곱 이옥남 할머니.
할머니는 학교를 다닌 적도 글자를 배운 적도 없다.

 

가난한 산골 마을에 사는 작은 여자아이는글자를 배울 수가 없었다.
그때는 여자가 글자를 알면 시집가서 고된 이야기를 편지로 쓴다고 아예 가르치지 않았다.
그래도 아이는 글자가 쓰고 싶어 서당 공부하는 오빠 옆에서 기웃거렸고,
오빠는 그런 동생이 성가스럽고 부끄러워 가나다라…… 한글 자모를 주었다.
종이 장에 의지해 때마다 아궁이 앞에서 긁어내 ‘가’ 보고 ‘나’ 보고 연습한 아이가 글자 공부의 전부다.

 

열일곱 살에 시집가 고된 시집살이에, 남편 뒷바라지에 글자 안다고 아는 체도 하지 못했다.
1987
년에 남편이 떠나고 시어머니까지 돌아가시자 도라지 캐고 나물 뜯어다 장에 가서 팔아 공책 샀다.
글자 이쁘게 볼까 하고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자식들은 커서 객지로 떠나고 할머니 혼자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보고 일기 쓰고.
쓰면 태워 버리던 일기장을 가까이 살던 외손주가 보고는 소중히 모아 두었다가 둘레 사람들하고 함께 읽게 되었다.
하루하루 자연 속에서 일하며 일기가 얼마나 깊고 맑은지, 할머니께 고마운 마음으로 문집을 만들어 드리기도 했다.

 

 

할머니 글을 띄엄띄엄 읽으며 한번 뵙고 싶었는데, 2001 2월에 할머니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울도 담도 없는 작은 집에서 혼자 농사지으며 살고 계셨는데, 지금 나이를 꼽아 보니 그때 여든이셨다.
새삼 놀랍다. 여든 할머니셨다니, 그런데 나이를 가늠할 없었다.
건강하셨고, 자식들 빌리지 않고 당신의 삶을 꾸려 가는 모습에 나이든 할머니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막나물 뜯어왔더니 삶는 동안 시내버스가 오더니 나물 좀 팔라고 해서 삼천 원을 받았다. 
  얼마 되지는 않지만 기분 좋다. 
  언제나 남에게 구구사정 안 하고 살라나 했더니 
  이만하면 남에게 피해 없이 사는 것을 왜 그리도 가난하게 살았는지.”

 

“날마다 도토리 까는 일이다.

 망치로 때리는데 자꾸 뛰나가서

 에유 씨팔 뛰나가긴 자꾸 뛰나가너 하고 욕을 하고는 웃었다.

 

“아침에는 작은딸 전화 받고 저녁에는 막내아들 전화 받았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 그렇게만 살고 싶었지“

 

 

 

글자 연습한다고 일기에는
보고 있어도 늘 보고 싶은 자식 얘기,
할머니가 만난 자연과 사람들, 일하면서 느끼는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기라기보다는 시가 할머니 ‘글자’가 때로는 웃게 하고 뭉클하게 만든다.
그래서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할머니를 만날 있어서, 할머니 글을 있게 되어서 얼마나 고맙고 다행인지 모르겠다.

 

 

책표지이미지

아흔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옥남 |양철북

2018.08.07

빈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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