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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시점으로 사건을 조망한, 『개와 늑대의 시간』

by 문학과지성사 2016.12.15




entre chien et loup


불어로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뜻으로 

해질 무렵황혼 무렵을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우리에게는 2007년 방영된 드라마 제목으로 익숙한 말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기억해야 할 또 다른 개와 늑대의 시간이 있으니바로 올봄
에 출간된 김경욱 작가의 장편소설 
개와 늑대의 시간입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은 1993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래
이상문학상,동인문학상한국일보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해온 소설가 김경욱의 일곱번째 장편소설입니다

소설 개와 늑대의 시간은 한국 현대사의 한 사건을 모티프로 삼고 있는데
바로 1982년 4월에 일어난 우순경 사건이 그것입니다.



우순경 사건.


우범곤 순경 총기난사 사건으로, 1982년 4월 26일 현직 순경인 우범곤이
총기를 난사하여 95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을 말한다. 우범곤은 경남 의령군
경찰서 소속 현직 순경으로 1982년 4월 26일 오후 7시 반에 예비군 무기고에서
카빈소총 2정, 실탄 129발, 수류탄 6발을 들고 나와 우체국에서 일하던
전화교환원을 살해하여 외부와의 통신을 두절시키고 궁류면 내 4개 마을을
돌아다니며 총을 쏘고 수류탄을 터뜨렸다. 자정이 지나 우순경은 총기 난사를
멈추고 평촌리 서인수 씨 집에 들어가 일가족 5명을 깨운 뒤, 4월 27일 새벽
5시경 수류탄 2발을 터뜨려 자폭했다. 이 사건으로 주민 62명이 사망하는
참혹한 사태가 벌어졌으며, 3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출처-두산백과)


 


 


그렇다면 김경욱 작가가 쓴 소설은 우순경 사건과 어떻게 다를까요?

또 작가가 이 사건을 통해 조망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피해자들의 못다 맺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프로파일러김경욱



소설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라고 한다면
바로 사건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건을 탐색하는 김경욱 작가의 시선은 지극히 피해자 중심적입니다
충분히 자극적으로 쓸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작가는 오로지 당시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을 생각했고왜 그런 사람이 되었는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아픔에 민감한 공감 능력을 가졌던 박만길
한국 전쟁에 아들을 잃은 미국의 수잔 여사와 펜팔을 주고받는 손영희
어린 나이에 백부에게 맡겨져 평생 사랑만을 바라온 손미자 
모든 것이 무협의 세계로 보이는 철없고 꿈 많던 소년 손영기 등
어느 날 갑자기 미완으로 남게 된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소설에서는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그렇게 펼쳐진 피해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다보면
소설 너머의 실제 사건들의 피해자들 역시 이렇게 풍부하고 다양한 역사가 있는
한 명 한 명의 소중한 개인이었다는 것을 어느 순간 아프도록 분명하게 깨닫게 됩니다.


그러한 특징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을 한 번 살펴볼까요?






p82

손영희는 헨리의 얼굴을 오려 수잔 여사의 가족사진에 붙였다. 수잔 여사 바로 곁에.
그리고 곧장 답장을 썼다. 만나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의 자유를 위해 꽃다운 젊음을 바친
헨리의 고귀한 희생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죽는 날까지 기억하겠노라고.

p86

다시 폭죽 소리가 들리는 것과 동시에 손영희는 목에 타는 듯 한 통증을 느꼈다. 목에서 뭔가가
쿨럭쿨럭 쏟아졌다. 책상위에 떨어진 것은 피였다. 피는 흩어지지 않고 엉겨들었다. 쏟아지는
물이 아니라 타오르는 불처럼. “엄마, 물이 타올라.”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피 웅덩이 위로 헨리의 얼굴이 떠올랐다. 손영희가 본 마지막 세상은 32년 전 개마고원의 한 호숫가에서
전사한 벽안의 병사였다. 수잔 여사, 죽을 때까지 아드님을 기억할게요. 손영희는 약속을 지켰다.  




안과 바깥을 연결하는 인과의 거미줄

 


개와 늑대의 시간의 특징 중 하나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기원을
세계사적 인과망 속에서 추적해간다는 점입니다.


p49

광주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일에 동참하기로 한 것도 바로 그 죄책감 때문이었다.
안녕하지 못한 세상 때문에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 그러니까 안녕한 줄 알았던 세상이 실은
안녕하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아서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 안녕하지 못한 세상에는 안녕하면
안 된다고 믿어서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모였다.


 

p51

1시 정각, 미국문화원 쪽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운반조와 실행조가 일을 제대로 한 게 분명했다.
박만길은 준비해 간 삐라를 한꺼번에 뿌렸다. 허공으로 도약한 종이들은 비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갑자기 방향을 바꾼 바람의 급류에 휩쓸리고 말았다. 반대쪽으로 날아가는 삐라를 바라보는
박만길의 얼굴이 적벽에서의 조조만큼이나 굳어졌다.


 

p266

뉴저널리즘의 창시자로 알려진 전쟁사가는 한국전쟁에 대해 이렇게 논평했다.
“전쟁이란 기이한 면을 갖게 마련이지만 1950년 6월 25일 한반도에서 발발한 전쟁은 참으로
이상했다. 개전 1년 만에 승자가 있을 수 없다는 진실이 밝혀졌지만 이를 문서로 인정하는 데
2년이나 걸렸다. 전쟁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휴전을 모색한 것이다. 싸움을 멈출
방법을 찾으면서도 죽기 살기로 싸웠다. 양쪽 병사들은 비기기 위해 잔혹하게 죽어나갔다.
1953년 7월 27일 마침내 휴전 협정이 체결 되는 순간까지.”




 카빈이 발명된 2차 세계대전에서부터 한국전쟁 발발보도연맹 사건
베트남전쟁 파병,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미문화원 방화사건 등까지
이 역사적 흐름과 다변해온 국제 관계가 어떻게 우리에게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작가는 놀랍도록 치밀하게 짜인 인과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




간단하게 김경욱 작가의 개와 늑대의 시간를 소개해보았습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은 소설을 영화제작자에게 소개하는 프로그램인 
부산영화제북투필름’ 올해 선정작이기도 합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영화화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기대해보아도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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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늑대의 시간

김경욱 |문학과지성사

2016.04.15

빈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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